판타스틱공감백서

  • 2009-02-25 9:50 am
  • 공감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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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본 장애여성 운동


- 장애여성,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다

* 아래의 내용은 잡지 공감 6호의 ‘장애여성, 우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말한다’(간담회 참여: 장애여성공감 회원, 정리: 편집팀)에서 요약, 수정 발췌한 것입니다.


[장애여성] “ 우리는 장애여성이다”


여성인 장애인, 장애인인 여성을 무엇이라 부를까요?

여성장애인? 장애인여성? 장애여성?


여성이 먼저냐, 장애인이 먼저냐 하는 질문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여성이고, 여성 중에서 장애를 가진 여성입니다. 다만, 장애는 영원불변한 무엇이 아닙니다. 시력이 안 좋은 사람이 안경을 쓰는 것을 장애라 여기지 않듯, 장애는 사회적 환경과 지원에 따라 다르게 구성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장애는 우리 정체성의 소중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전부는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를 ‘장애를 가진 여성’ 장애여성이라 부릅니다.


이는 ‘인간 = 남성’, ‘장애인 = 남성’ 이라는 공식을 깨고, 여성으로서 정체성을 말하고자 함입니다. 그러나 장애여성이 겪는 여러 문제들이 장애와 여성이라는 두 부분이 겹쳐진 ‘이중 차별’의 문제는 아닙니다. ‘장애를 가진 여성’이 겪는 여러 가지 경험과 차별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경험이고 차별입니다. 즉, ‘장애여성’이란 장애를 가진 여성으로서 삶과 이야기, 억압에 대한 통합적 관점을 요구하는 단어입니다. 또한 여성주의 안에서 더 넓고 깊게 여성의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입니다. 


[정상성과 극복] “정상성에 도전한다”


정상인과 비정상인, 이것이 세상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나누는 기준입니다.


그렇다면 ‘정상’이란 무엇일까요? 두발로 걷는 것? 또박또박 말하는 것? 오른손잡이인 것? 분명한 것은 ‘정상’이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만약 정상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이 사회에 정상인 사람들로만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상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흔히 ‘신체 건강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합니다.  건물의 높이, 노동의 속도, 삶의 여정 모두 이 기준을 고려하여 구성되어 있습니다. 장애는 몸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기준에 적합하지 않음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흔히 5층 짜리 건물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신체건강한 남성’이 무리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5층이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에 올라갈 수 없거나, 힘든 사람들은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 무능력하거나 약한 사람이 됩니다.

 

그러나 5층을 올라가는데 든 에너지, 노력 등을 비교한다면 어떨까요? 결과가 아니라 그 과정과 맥락을 비교한다면 능력과 무능력, 강한사람과 약한사람, 정상과 비정상을 쉽게 판가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5층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있다면 결과는 동일할 것이고요. 결국 이 모든 문제는 어떤 기준에 맞추어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어 놓고 그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비정상이라고 단정짓는 사회에 있습니다.


사회에서는 비정상이라 규정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정상에 도달할 것을 요구합니다. 흔히들 ‘장애를 극복했다’라는 말을 칭찬으로 하지만 ‘비장애를 극복했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어째서 장애가 극복되어야 하는 것인지, 장애를 비정상으로 이름 짓는 사람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봅시다.


장애는 나의 일부입니다. 정상/비정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극복되어야 할 것이 아닙니다.



비주류/소수자 운동  “주변이 많아지면 중심은 흐트러진다”


장애인문제가 해결되면, 장애여성의 문제도 해결된다고 말합니다. 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장애여성의 경험이 이야기되지 않았다면 장애인 시설 내 장애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장애인의 시선이 없었다면 여성 운동이 간과한 정상성의 기준 그리고 주류운동과 진보운동 내에서 장애라는 코드가 일상을 성찰하는 힘이 되기보다는 마치 구색 맞추기처럼 존재해온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차이를 드러내는 것, 장애여성의 경험으로 말하는 것은 연대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연대를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합니다. 장애여성의 관점은 여성운동과 장애운동에 통찰을 줄 것입니다. 알려지지 않고 말해지지 않았던 장애를 가진 여성의 고유한 경험을 세상에 알려낼 것입니다.


이것이 소수자운동의 힘입니다. 우리는 모든 장애여성을 대표하려 하지 않습니다. 큰 덩어리를 만들기보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를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풀어내려는 노력, 우리의 지평을 넓혀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어떠한 거대한 이념과 체제를 중심으로 해석하고 포섭하고 확장시키려는 노력 대신 주변인과 손잡으면서 그 주변이 확대되고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그런 운동을 꿈꿉니다.


독립/자립 “독립이라는 것은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것”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우리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게, 그게 독립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정말 온 힘을 다해 생활했어. 근데 너무 지치고 힘들고 매번 한계를 느꼈어. 내가 독립한 l이유는 공부를 하고 싶었고, 다른 것들을 찾고 싶었는데, 내 모든 에너지가 생활하는데 집중되는거야. 이건 내 진정한 독립이 아니다, 우리도 도움을 제대로 받자,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하나의 수단으로 선택하는 것이지 거기에 의존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독립은, 내가 내 것을 찾는 것, 그 무게를 내가 책임지는 것, 내 목적을 찾아가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다.” (순천, 장애여성활동가)


장애여성 공감에서는 장애인의 자립을 독립으로 부르고자 합니다. 독립은 단지 혼자 살거나 비장애인의 손을 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장애인에세 유난히 요구되는 ‘자립’이 아닌,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자신의 주어지는 도움들을 선택할 수 있는 ‘독립’ 개념이 보다 온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독립은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독립이라는 것은 모든 일을 자기 혼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해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서 다르게 정의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서로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호의존은 인간조건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도움과 지원을 스스로 선택하며, 단지 생활을 넘어 스스로 원하는 바를 실현해가며 그것에 책임을 지는 삶, 이것이 장애여성의 ‘독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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